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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

dajudd 2024. 1. 30. 03:41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저: 안재성출판사: 인문서원 | 출판일: 2017년 6월일본 식민지 조선의 아나키스트였던 박열. 오늘날 거의 잊혀진 이름이 되다시피 하였지만, 얼마 전에 개봉한 한국영화 박열 을 통해서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영화가 그다지 흥행에 성공했던 것 같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박열에 대해서는 천황을 암살하려고 했었고 그로 인해서 오랜 감옥생활을 해야 되었던 것만 어렴풋이 알았다.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20대초 혈기 넘치는 젊은 박열의 에너지가 영화 포스터를 뚫고 나올 기세였다. 그에 대한 책을 읽고 싶어졌다.생각해보면, 박열 못지않게 역사에 기억되는 인물이 그의 일본인 아내. 가네코 후미코. 오늘날 일본의 여장부들 중 한 명으로 불리는 그녀는 박열과 마찬가지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난했지만, 그래도 형제와 어머니의 사랑을 받았던 뜨거운 청춘 박열에 비해서, 그녀는 친부에게 버림받고 가족들에게 학대 받았다. 그녀가 기존의 억압적인 일본 사회에 왜 그렇게 저항했을 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열의 에너지가 식민지 상황의 모순에서 더욱 촉발되었다면, 그녀는 사회적 모순에 의해서 상처받고 이를 극복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박열이 쓴 시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를 읽고서, 가네코 후미코가 그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그러한 에너지가 결국 서로 통했기 때문은 아닐지. 그랬기 때문에 그들에게 조선이라든지 일본이라든지 하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지로써 아내로써 박열과 짧은 시간 함께 했던 가네코 후미코. 그녀의 자살로 인해서 박열이 받았을 상처가 얼마나 컸을 지. 이후 일본 패망까지 22년간 계속된 오랜 투옥생활 속에서도 굳건하게 자신을 지킨 박열.식민지 시대의 모순. 그 모순 속에서 투쟁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들이 가졌던 원대한 이상과 결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반성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된 것일까?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고 해야 될까? 지금은 실패한 이상이라고 말하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만약 우리가 암울한 식민지 시대에 청춘으로 접했다면 어땠을까? 그것이 어떤 형태로 나타났을지라도 그 몸을 활활 태웠을 에너지가 또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와 같이 말이다.
재판장, 수고했네! 내 육체야 자네들 맘대로 죽이려거든 죽여라. 그러나 나의 정신이야 어찌할 수 있겠는가? 사형 선고를 받은 박열이 한 말이다. 제국주의 법정을 뒤흔든, 그야말로 조선이 낳은 불온한 사상가다운 사이다 발언이었다.

박열(朴烈). 압제와 억압, 그 어떤 것에도 순종하거나 굴종하지 않는 뜨거운 청년이었다. 식민지 백성으로 태어났다는 것, 월사금도 제대로 마련하기 힘든 가난한 집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 학문을 향한 열정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으나 시대의 공기가 책만 파고들도록 허락지 않았던 시대에 태어난 것이 죄라면 죄였던 조선의 청년이었다.

이름부터 이글이글 불타오르듯 뜨거운 이 남자는 일본 제국주의의 아이콘인 왕세자와 일왕을 폭살을 계획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일본 제국주의 법정에서 자신의 사상을 선전하는 놀라운 기개로 식민지 조선 민중에게 희망을 심어준 열혈 항일투사였다. 재판을 맡은 판사가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그를 가두었던 형무소의 소장이 감화되어 훗날 참회하고 자신의 아들을 양자로 보내기까지 한 무서운 조선인이었다.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는 패기만만한 청년 혁명가에서 북으로 간 항일투사로 마침표를 찍은 박열의 파란만장한 삶을 기록한 책이다. 그의 삶을 관통하는 한마디는 재판장에게 제출한 논문의 한 구절이 압축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들에게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해도 우리들은 이처럼 잔인한 운명에 대하여 순종할 수는 없다.


머리말
1. 샘골의 수재
2. 경성고보 3.1운동
3. 무정부주의에서 허무사상으로
4. 박문자
5. 불령선인
6. 폭탄을 찾아서
7. 대역 사건
8. 예심
9. 여전사 가네코
10. 조선 민족의 대표로 법정에 서다
11. 우리를 사형시켜라
12. 가네코 후미코의 죽음
13. 8,000일의 옥살이
14. 민단
15. 신조선혁명론
16. 납북 24년 만의 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