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위기의 경영, 삼성을 공부하다

dajudd 2023. 10. 29. 22:29

가뜩이나 어려운 지경에 도요타 리콜 사태까지 겹쳐 지금 일본 기업들은 초비상이다. 언론은 위기를 부르짖다 못해 이제 알량한 자존심 따위는 버리고 한국을 배워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경제 전문 잡지들은 연일 한국 기업에 대한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 책도 바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출간되었다고 볼 수 있다. (《危機の 經營》, 講談社, 2009년 9월)   나는 이 책을 작년 12월에 원서로 읽었다. 당시 LG전자 생활가전의 성공 비결을 배우고 싶다는 모 일본 전자업체의 요청으로 오사카를 방문 중이었는데, 우연히 들린 키노쿠니야(紀伊國屋) 라는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당시 서점에는 삼성에 관한 책이 세 권 꽂혀 있었다.       한 권은 한국에서 밀리언셀러가 된 전옥표의 《이기는 습관》을 번역한 것인데, 제목이《한국 최강기업 삼성의 22가지 성공습관》이라고 되어 있었다. 삼성 의 유명세를 최대한 판매에 활용하려는 출판사의 속셈을 읽을 수가 있었다. 다른 한 권은 2005년에 출간된 《세계 최강기업 삼성의 놀라움!》이라는 책으로, 내용을 훑어보니 그동안 한국에서 출간된 책들을 종합 정리한 듯한 평범한 책이었다. 또 다른 한 권이 바로 이 책이었다. 삼성 이라는 글자가 소제목에만 작게 적혀 있어 삼성에 관한 책인지 아닌지 식별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목차를 보니 예사롭지 않았다. 더욱이 2009년 9월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이었다. 주저 없이 책을 구입하여 호텔에서 거의 절반쯤 읽고, 귀국 항공기 안에서 완독했다. 삼성에 대한 예리한 분석이 흥미로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책은 동경대학 명예교수이자 실패학 및 창조학 분야의 권위자인 하타무라(畑村洋太郞)와 동경대학 경영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인 요시카와(吉川郞三)의 공저로 되어 있지만, 하타무라는 각 장의 코멘트만 썼을 뿐 실제적인 저자는 요시카와라고 할 수 있다.   요시카와는 삼성과 삼성의 변화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CAD/CAM 분야의 전문가로서 삼성이 ‘신경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1994년부터 10년간 삼성전자의 상무로 근무했다. 이러한 경력이 있었기에 일본인으로서 삼성의 성공 비결을 이토록 세세하게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원서에는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변모시킨 세 개의 이노베이션’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리고 띠지에는 일본기업 부활의 키워드가 여기에 있다! 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그런데 왜 삼성 을 내세우지 않고 제목을 《危機の 經營》이라고 붙였을까? 이 의문은 책을 읽어보면 어느 정도 풀린다. 삼성의 변화가 위기의식 에서 시작되었듯이 지금이야말로 일본기업들이 위기의식 을 가져야 할 때라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저자(요시카와)가 삼성전자의 임원으로 일하게 된 경위와 이건희 회장이 개혁을 추진하게 된 배경, 그리고 질 경영 으로의 전환 및 3PI 운동 의 전개 등 가까이서 지켜본 삼성의 변화 모습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위기를 감지하고 올바른 극복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최고경영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며, 이 점에 있어 이건희 회장의 위기의식이야말로 오늘의 삼성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2장에서는 신경영 추진 중에 맞게 된 IMF 위기와 이에 따른 대대적인 구조조정 내용에 대해 설명하면서, 결과적으로 IMF 위기가 삼성의 위기의식을 더욱 높이고 변화를 가속화시켰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위기감 과 위기의식 은 다르다. 위기감 은 이 상황이 언제쯤 끝날까? 또는 얼마 동안 웅크려야 하지? 라고 느끼는 소극적인 불안감이며, 위기의식 은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어.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지? 라는 적극적인 생각이다. 지금 일본기업에는 위기감 만 있지 진정한 위기의식 이 없다며 저자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3장에서는 변화의 실질적인 내용에 해당하는 세 가지 이노베이션(3PI) 가운데 첫 번째인 조직과 사람의 이노베이션(Personal Innovation) 을 다루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노베이션 이라고 하면 보통 기술 에 관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삼성은 세 가지 이노베이션 가운데 사람 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이것이 성공의 핵심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인재개발에 대한 노력, 지역전문가의 육성, 본사와 현장의 적절한 역할 배분 등 조직과 사람의 이노베이션을 통해 넓은 시야를 가진 인재를 육성함으로써 오늘날의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4장은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rocess Innovation) 에 관한 부분으로, 특히 디지털시대에 있어서의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삼성의 적절한 대응이 삼성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들은 아날로그시대의 생산 방식을 꼬치 방식 으로, 디지털시대의 생산 방식을 생선회 방식 으로 설명한다. 아날로그시대에는 모든 프로세스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반해, 디지털시대에는 정보의 통합화를 통해 모든 프로세스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일찍이 삼성은 이러한 디지털시대의 흐름을 읽고 PDM(Product Data Management)이라는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빠르면서도 값싼 제품개발과 신속한 시장 대응이 가능했고, 이를 통해 급속하게 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5장에서는 삼성의 제품 이노베이션(Product Innovation) 에 대해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데, 제품중심의(Product-out) 제품개발에서 시장중심의(Market-in) 제품개발로 전환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시대에 있어 제품중심의 사고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열심히 노력하여 탁월한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금세 후발업체에 따라 잡히고 만다는 것이다. 이렇듯 시대가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본기업들은 기술중심적이고 제품중심적인 사고에 얽매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삼성의 경쟁력은 소비자를 설득하는 힘 과 소비자를 납득시키는 힘 에서 나온다고 저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 6장에서는 도요타자동차가 어려움에 빠지게 된 사례를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왜 오늘날 일본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은 이렇다. "일본은 강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전략이다. 자신이 가진 힘을 지금의 시대에 맞추어 나가지 않으면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대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는 강한 위기의식과 바꾸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 책의 장점은 삼성의 성공 비결을 사변적이 아닌 구체적인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는 점, 그리고 일본기업의 실패와 대비시켰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그동안 국내에 출간된 여느 삼성 관련 책보다도 깊이가 있다. 특히 아날로그시대의 생산 방식과 디지털시대의 생산방식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분석, 삼성이 성공 비결의 핵심이 디지털시대의 변화에 기민하게 적응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해 낸 저자들의 혜안이 빛난다.   반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삼성의 성공 비결을 주로 생산관리와 조직 운영 측면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다소 종합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번역서에는 ‘감수자의 보론(補論)’을 덧붙여 이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성공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왜 성공했는지 그 이유를 아는 것이다. 성공의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성공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어쩌면 삼성을 포함한 우리 기업이 몰랐던 우리의 성공 이유를 가르쳐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스스로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더욱 분발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1994년부터 10년간 이건희 회장의 요청으로 삼성전자 상무로 활동했던 요시카와 료조와 도쿄대 명예교수이자 실패학-창조학 분야의 권위자인 하타무라 요타로가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을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성공의 토대를 만드는 데 공헌한 바 있는 요시카와 료조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기에 삼성전자가 선발업체들을 물리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배경과 성공요인을 현재 일본기업이 겪고 있는 실패의 원인과 대비시켜 심도있게 분석하여 삼성 관련 어느 책보다도 깊이있는 연구를 보여주고 있다.특히 이 책은 번역 또한 주일특파원 출신으로 삼성전자를 출입하고 있는 현직 기자가 맡고 있어 번역에서 또한 깊이를 더했다. 역자는 일본과 한국의 시각차를 염두에 두고 번역, 감수하고 요시카와 료죠가 일본으로 귀국한 후인 2004년부터 2010년 사이의 삼성전자의 비약적인 도약과 성공비결을 보론으로 추가해서 구성하고 있다.

저자 서문_ 위기의 일본은 지금 삼성을 공부한다
프롤로그_ 삼성의 약진과 일본기업의 자신감 상실
감수자 서문_ 디지털 시대의 승자가 된 삼성

제1장 이건희 회장의 위기의식
인생을 바꾼 한 통의 전화 | 왜 대개혁이 필요했나 | ‘질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전환 | 삼성으로 직장을 옮기다 | 삼성을 바꾼 3PI 운동 | 나의 오산 | 개혁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한 이유 | 기업 총수가 반드시 해야 할 일

제2장 IMF 위기
1997년에 불어 닥친 IMF의 위기 | 삼성그룹도 계열사 통폐합과 구조조정 | 비용 절감 | ‘위기감’과 ‘위기의식’의 차이 | 자사(自社)의 강점을 알아야 한다

제 3장 임직원 이노베이션
사람을 혁신한 것이 삼성을 바꿨다 | 지역전문가 육성 | 현지문화를 모르고선 제품 못 팔아 |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정보 수집 | 스스로 생각하는 문화 | 명확히 구분된 본사와 현장의 역할 | 탑다운(Top down) vs 바텀업(Bottom up)

제 4장 프로세스 이노베이션
왜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이 필요했나 | ‘PDM’과 ‘슈퍼세트’ | 디지털 제조 방식으로 바뀌다 | ‘꼬치구이’방식에서 ‘사시미 방식’으로 | 제조원가 절감의 성과 | 삼성 특유의 제조 방법 | 생산기간을 대폭 단축시킨 ‘미에루카 전략’ | 부품정보도 공유 | 디지털 제조 방식의 의미

제5장 제품 이노베이션
독창적인 ‘삼성 오리지널 제품’ 개발 | ‘벤치마킹’과 ‘리버스 엔지니어링’ | 재팬 프로젝트 | 일본 제품과 경합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흥시장’으로 | ‘글로벌화’의 의미 | 가격을 결정하는 2가지 방법 | ‘제품의 질’은 소비자가 결정 | 품질 vs. 비용 |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인 VIP센터 | 소비자 중심적 이노베이션으로 높은 이익을 내다 | 프로덕트 아웃 vs마켓 인

제 6장 일본이 살아남기 위한 길
도요타가 적자를 낸 이유는? | 자동차를 바꾸지 않는 일본인 | 세계에서 가장 싼 200만원대 자동차가 암시하는 미래 | 신흥시장의 가능성 | ‘드러난 경쟁력’과 ‘숨은 경쟁력’ | 삼성의 약점, 일본기업의 강점 | 일본기업이 걸어야 할 생존의 길

에필로그_ 스스로 생각하고 결단하여 행동하라

감수자의 보론_ 삼성전자 퀀텀점프의 비밀을 밝히다
1. 원저(原著)의 주요 키워드 | 2. 일본통이 본 삼성전자 | 3. 삼성전자 도약의 10대 비결 | 4. 반격 노리는 일본기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