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전 읽기 혁명>의 저자 송재환님의 추천 도서! 심청전입니다.우리나라 대표적인 이야기이기에 어린 아이들도 심청전의 내용을 모두 알고 있을 거예요. 짧은 줄거리를 쉽게 풀어놓은 그림책을 엄마 무릎에 앉아 읽었을테죠. 그런데 우리 고유의 운율과 느낌을 살린 고전책으로 심청전을 접해본 사람은 글쎄요, 많지 않을 듯 싶어요. 어차피 아는 줄거리이니 굳이 긴 책으로 읽어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이랄까요.송재환님은 초등2학년에게 제대로 된 고전으로 한겨레아이들의 <심청전>을 권유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2학년 딸과 함께 신명나게 읽어보았지요.^^이 책을 쓰신 김예선 작가는 대학원 박사 과정으로 우리 옛 이야기를 공부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선지 이야기 곳곳에 우리 조상들의 고유한 말놀이와 노랫가락이 울려퍼지고 있어요.차례를 살펴보면...우리말가락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네요~둥둥둥 내 딸이야 어허둥둥 내 딸이야맑은 눈망울, 청이라 지어 주오흰밥 콩밥 팥밥에 날마다 정월 대보름이라아버지 눈을 밝게 해 주옵소서꼬꼬우 닭아 울지 마라 닭아 닭아 울지 마라샛별 같은 눈을 감고 우르르 뛰어든다꽃 한 송이 꿈같이 번뜻 떴다한날 한시에 눈을 뜨니 얼씨구나 절씨구이야기는 도화동에 사는 심학규를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양반 가문이었지만 점점 집안이 기울고, 급기야 앞이 안보이는 봉사가 된 기구한 운명이 되고야 맙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고운 곽씨 부인을 아내로 맞아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는데... 그들에게도 고민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자식이 생기지 않는 것이었죠. 정성을 다해 빌고 또 비니 신비한 기운을 가진 선녀가 부인의 품 안으로 쏙 들어오는 꿈을 꾸게 됩니다. 우리나라 옛 이야기에 늘 등장하는 기인들의 탄생 과정이죠^^우여곡절 끝에 그리도 소중한 아이가 태어났지만 곽씨 부인은 병을 얻어 죽고 말아요. 앞 못 보는 심봉사가 갓난아기를 키우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죠. 처음엔 부인을 잃은 슬픔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 했지만 불쌍한 자식을 키워야하기에 마음을 추스리고, 젖동냥을 다닙니다. 아기를 키워보기 전엔 젖동냥하러 다니는 아비의 심정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는데 두 아이를 키워보니 심봉사가 얼마나 대단한 아버지였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애지중지 딸을 길러냈기에 심청이도 효녀로 자랄 수 있었겠지요!도화동의 동네 사람들도 참 좋은 분들이었어요. 엄마 잃은 갓난쟁이 심청이와 앞 못보는 심봉사의 딱한 사정을 알고는 쌀이며 돈을 척척 내어줍니다. 마을 사람들의 인심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P.28)둥둥둥 내 딸이야, 어허둥둥 내 딸이야.우리 딸, 배 한번 빵빵하다. 보름달보다도 더 동그랗구나.이 덕이 누구의 덕이더냐? 동네 부인님들 덕이로다.부인님들 고맙소. 부인님들 복 받으시오.(중략)그러던 어느날, 심청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옵니다. 어머니 곽씨 부인의 옛 친구인 장승상 댁 부인이 심청을 찾은 것이죠. 그래서 심청은 장승상 댁 부인의 집으로 잠시 건너갑니다. 부인은 심청을 수양딸로 삼고 싶어 부른 것인데 심청은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앞 못 보는 아버지를 봉양하기 위해서죠. 돈과 편안함 대신 사랑하는 가족을 선택한 심청의 효심이 느껴지시나요? 그런데 이를 어쩌죠. 집에서 심청을 기다리던 심봉사가 딸을 찾아 밖에 나왔다가 그만 물 속에 빠지고 맙니다. 스님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았지만 공양미 삼백석이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그만 약속을 하고 말죠. 자신이 눈을 뜨면 본인뿐만 아니라 딸 심청이에게도 좋은 일이라 생각하여 자신도 모르게 실수한 건 아닌지... 그러나 그렇게 큰 돈을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요. 심청은 뱃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숨값으로 쌀 삼백석을 얻고, 자신은 배를 타고 나갈 준비를 합니다.(P.48)‘아이고 아버지! 소녀가 없으면 아버지 진지는 누가 챙기고, 누가 아버지와 말벗을 할까요? (중략) 부디부디 눈을 뜨셔서 편히 사셔요. 편히 사셔요. 아버지.’심청의 고운 마음이 돋보이는 문장이에요. 자신이 죽는 것보다 남아있을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아름다워요. 이 부녀를 볼 때면 그 아비의 그 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눈물바다가 된 마을 사람을 뒤로하고 심청은 인당수에 몸을 던집니다. 그녀의 효심에 감동한 것일까요. 옥황상제는 사해용왕에게 효녀 심청을 수정궁에 모셨다가 삼 년 뒤에 인간 세상으로 고이 모시라고 명령합니다. 그곳에서 심청은 옥진 부인이 된 어머니도 잠시 만나는 행운을 누리죠. 삼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심청은 자신이 빠진 인당수에 커다란 꽃이 되어 떠오릅니다. 뱃사람들은 그 꽃을 임금에게 바치고, 임금은 꽃 안에서 나온 심청과 혼인을 하게 되지요.몇 년이 흐른 뒤 심청이 아버지가 그리워 눈물 짓는 모습을 본 임금은 전국의 장님들을 궁으로 초대하기로 합니다. 심봉사는 그동안 뺑덕어멈의 꾀에 속아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죠. 심봉사가 뺑덕어멈을 데리고 궁으로 가던 중 뺑덕어멈은 다른 장님을 데리고 도망을 가요. 자기 복을 자기가 뻥 찬 격이죠. 심봉사는 왕비가 된 딸을 드디어 만나게 되고, 왕궁 시녀가 신비한 가루를 후~ 불자 그제야 눈을 뜨게 됩니다. 그리고 잔치에 초대되었던 모든 장님들도 모두 앞을 볼 수 있게 돼요. 사랑의 힘이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죠.(P.102)가다 뜨고, 오다 뜨고, 앉아 뜨고, 울다 뜨고, 웃다 뜨고, 화내다 뜨고, 자다 뜨고. 눈먼 사람은 물론이고, 눈먼 짐승까지 모두 눈을 뜨네.판소리 가락처럼 아름다운 운율이 살아있어 흥얼흥얼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 옛 이야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 하지만 심청의 죽음은 곧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심청은 고운 연꽃에 실려 다시 태어나 왕비가 되고, 심봉사는 꿈에도 그리던 딸을 만나 번쩍 눈을 뜨게 된다. 마침내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봉사들도 눈을 뜬다. 아버지를 향한 심청의 지극한 마음이 절망의 세상을 구원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놀라운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책에서는 그것이 ‘사랑의 힘’이었다고 해석한다. 눈먼 몸으로 어린 딸을 훌륭히 키워 낸 아버지의 사랑, 그런 아버지를 위해 제 몸까지 버리려 한 딸의 사랑, 그리고 아버지와 딸이 다시 만나 행복하게 되기를 기원한 세상 사람들의 사랑, 그런 사랑이 모여 기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초등 저학년에서 중학년까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풀어 쓴 이번 책에서 지은이는 고운 우리말의 느낌을 맛깔스럽게 살려 냈다. 또한 글 사이사이에는 판소리본 「심청전」에 들어 있는 쉽고 재미있는 노래들을 선별해 집어넣어, 어린이들이 리듬감 있는 우리 소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둥둥둥 내 딸이야 어허둥둥 내 딸이야
맑은 눈망울, 청이라 지어 주오
흰밥 콩밥 팥밥에 날마다 정월 대보름이라
아버지 눈을 밝게 해 주옵소서
꼬꼬우 닭아 울지 마라 닭아 닭아 울지 마라
샛별 같은 눈을 감고 우르르 뛰어든다
꽃 한 송이 꿈같이 번뜻 떴다
한날 한시에 눈을 뜨니 얼씨구나 절씨구
해설 : 둘도 없는 아버지와 딸, 그들의 사랑이 이룬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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