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하루는 같은 듯 다르다. 반복된 시간을 살지만 같은 하루는 단 하루도 없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는 생의 마지막 하루가 되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생의 첫 하루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하루는 평범하고도 특별한 것이다. 박영택의 『하루』는 그런 우리네 일상을 그림으로 말한다. 그러니까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을 50편의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새벽이란 시각을 시작으로 깊은 잠으로 빠져들지 못하는 밤까지의 다양한 삶을 모습을 그림, 사진, 조각 등 예술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조금은 특별한 하루 여행이라 해도 좋겠다. 책은 하루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채워지고 어떤 감정들로 새겨지는지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하게 담아 낸다. 시간의 흐름으로 소개하는 예술 작품은 놀랍게도 우리의 삶과 너무도 비슷하다. 아니, 똑같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어떤 그림은 따뜻하고, 어떤 그림은 유쾌하고, 어떤 그림은 외롭고, 어떤 사진은 아프다. 감각적인 그림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한 장의 사진에 포착된 생생한 삶의 단면은 수많은 나의 하루와 오버랩 된다. 특히 이런 작품들이 그렇다. 김경덕, <일상 - 보물> 32쪽 좌혜선, <부엌, 여자> 190쪽 서상익, <엄마의 정원>196쪽 ‘일상은 늘 오늘이다. 그것은 매일매일 다소 지루하게 반복된다. 그러나 그 반복된 과정 속에 미세한 펀치를 만들어놓는 것이 또한 일상이기도하다. 겉으로는 하등의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유심히 그리고 섬세하게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는 경이로운 차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36쪽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내 주변의 풍경, 내 손길이 닿는 사물들, 내가 매일 보고 사용하는 것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디 사물 뿐인가. 언제나 곁에 있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대해는 가족들에 대한 애틋함도 함께 몰려온다. 한결같은 반복이 주는 고마움을 생각한다. 박강원, <서울 37> 116쪽 ‘삶은 이렇게 찰나의 우연적인 것들로 응집되어 있고 신기루처럼 허망하게 되어 있다. 매일 반복되지만 이 장면은 다시는 반복될 수 없다는 것이 공존하는 것이 일상이다. 매일매일 이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도 있겠고 또는 처음으로 이 길을 오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시는 이곳에 이들이 이렇게 모여 있을 수는 결코 없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매 순간순간의 장면은 단 한 번뿐인 마지막 ‘씬’이다. 유일무이한 장면인 것이다.’ 120쪽 이동환, <문득 깨어 있는 밤> 296쪽 ‘잠이란 스스로의 몸으로 시작해서 끝을 함께하는 신비한 여정이다. 그것은 그 누구와도 동행할 수 없고 공유할 수도 없으며 삶과 죽음과 마찬가지로 페쇄적이고 고립된 한 인간의 육체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잠들기는 평화롭고 행복하고 편안한 일임과 동시에 예측할 수 없고 장담할 수 없으며 불안하기도 한 일이다.’ 298쪽 잠들지 못하는 밤을 경험한 이라면 이 그림 속에 그대로 스며들지도 모른다. 내일이 온다는 당연한 사실이 잔인하게 느껴질 지도 모를 누군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숨가쁘게 지나온 하루를 끝내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들지 못하는 밤, 뒤척이다 불을 켜기도 할 것이다. 하루라는 시간을 이처럼 다양한 시선으로 마주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가장 편안 공간이 주는 휴식, 먹고 치워야 하는 일상, 치열할 수밖에 없는 현실, 고독하고도 허무한 순간, 숨기고 싶었던 내면의 불안과 슬픔까지 잘 전달하고 있다. 그림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들이 조금 더 크게 실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안다. 현재의 순간, 이 하루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하루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하루를 가만히 돌아볼 만큼의 여유는 없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말을 건다. 나만의 하루를 어떻게 채우고 있는지 묻는 것이다. 그리고 살포시 손을 내민다. 얼마나 바쁘게 보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반복되는 일상으로 지나치고 있었던 삶의 풍경들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그 하루로 이어진 삶의 조각들을 통해 현재의 나를 생각한다. 어제였던 오늘을 어떻게 보냈는지, 내일은 또 어떻게 보낼지 말이다. 이제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바로 오늘이다.50편의 그림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일상의 행복KBS1의 〈명작 스캔들〉과〈TV미술관〉 등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 미술평론가 박영택이 하루가 힘들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는, 그래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그림 힐링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하루 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현대미술을 수놓고 있는 작가들의 보석 같은 작품들 중, 새벽부터 다음날 새벽까지의 24시간을 다룬 그림 50편을 선별하여 그 하나하나의 이미지에 대해 떠오르는 단상을 써 내려간 책이다. 그 속에는 반복적인 일상에 조금이나마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매 순간 경이와 감동, 희망과 낙담의 커다란 낙차를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겨 있다. 하루 속에 담긴 그림들을 감상하다 보면 그림이 곧 우리의 삶과 매우 밀착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마치 하루, 24시를 보낸 삶의 흔적과 그 상처들을 드러낸 그림, 그리고 저자만의 농밀한 표현으로 ‘나도,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이라고 다독이며 따뜻하게 위로하는 듯 하다. 일상에서 맞닥뜨린 가슴 먹먹한 순간들, 소소한 기쁨과 삶의 환희, 문득 찾아오는 우울함과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순간, 그리고 내재되어 있는 은밀한 욕망 등 수많은 감정들과 대면하며 현대인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마련해준다. 또한 그림을 분석하고 해석하기보다 보이는 그대로를 이야기해 줌으로써, 예술 앞에서 위축되는 독자들이 찬찬히 그림을 살펴보며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봄직한 감정을 내밀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1 at dawn
아침은 그렇게 기적처럼 찾아온다
새벽의 얼굴 _ 이윤호의 〈새벽〉
눈부신 아침 햇살의 기적 _ 민경숙의 〈모닝〉
주인을 닮은 방 _ 김경덕의 〈일상-보물〉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 _ 유근택의 〈샤워〉
홀로 남겨진 옷걸이 _ 김수강의 〈코트 행거〉
불길한 싱크대 풍경 _ 김선심의 〈검은 꽃〉
#2 in the morning
마음 한 자락을 들여다본다
아침 8시의 고속도로 _ 권기동의 〈8AM〉
도시의 속도 _ 이정섭의 〈지하철 2호선〉
어떤 아침, 버스 정류장 _ 최성석의 〈Bus stop〉
자동차가 놓인 거리 풍경 _ 이준규의 〈street 201201〉
분주한 도심의 한순간 _ 윤세열의 〈20080610〉
오전 11시 41분, 기억의 수집 _ 윤정선의 〈0704 11:41〉
#3 at midday
낯선 존재가 되는 시간
낮 12시의 기운 _ 김범석의 〈낮 12시〉
푸른 풍경, 망각의 도시 _ 금혜원의 〈Blue Sunday〉
도시의 리얼리티 _ 박강원의 〈서울 37〉
가장 나른한 시간의 공포 _ 전금자의 〈오후 2시경〉
오후 3시가 들려주는 지혜 _ 이왈종의 〈제주생활의 중도〉
권태에 관한 몇 가지 충고 _ 이영춘의 〈3시 반〉
함께 늙어가는 사물들 _ 전영근의 〈The Room〉
느닷없는 벼락 _ 김호득의 〈문득-오후〉
순간 멈춤, 인생을 완성시키는 시간 _ 민재영의 〈멈춤-오후〉
아이스크림 먹는 시간 _ 고위의 〈행복한 시간〉
사랑에 빠지는 시간 _ 노석미의 〈나는 사랑에 너무 쉽게 빠져〉
사우나장의 두 남자 _ 이흥덕의 〈두 남자〉
바다에는 ‘사이렌’이 산다 _ 김지원의 〈낭만 풍경〉
초원을 바라보는 시간 _ 이민호의 〈휴대용 풍경〉
#4 late in the afternoon
때론, 은밀한 일탈이 낭만적인 이유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 _ 좌혜선의 〈부엌, 여자〉
엄마 그리고 고독한 낙원 _ 서상익의 〈엄마의 정원〉
오이마사지하는 여자 _ 김호석의 〈하늘에 눕다〉
한여름 밤의 행복 _ 서은애의 〈늘어지게 기분 좋은 어느 여름밤〉
강제된 휴식 _ 민성식의 〈당신은 큰 TV를 갖고 있군요!〉
일요일을 보내는 방식 _ 최석운의 〈김씨의 일요일〉
#5 in the evening
하루가 지워지는 일몰의 그 순간
하루가 지워지는 순간 _ 김상우의 〈귀로歸路〉
‘저녁’은 없다 _ 강경구의 〈퇴근길〉
하루를 보낸 얼굴 _ 고찬규의 〈하루〉
뒷모습 _ 여주경의 〈무제〉
한 잔이 필요한 날 _ 변윤희의 〈도저히 이 기분으로 그냥 집에 갈 수 없어 들렀던 그곳〉
무슨 사연이 그리도 많을까 _ 이청운의 〈모퉁이 이야기〉
흘러가는 사람들 _ 이민혁의 〈도시 야경이 보이는 8층 Bar〉
#6 a late night
고독한 낙원에서 살아남기
매일매일을 살아낸다는 것 _ 허보리의 〈완전 피곤 오징어 바디〉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_ 신하순의 〈오늘 하루〉
즐거운 일기 _ 오순환의 〈단 꿈〉
생의 증거를 품은 밤 _ 이일호의 〈한밤중〉
불면의 장면 _ 이동환의 〈문득 깨어 있는 밤〉
#7 learly
삶의 흔적을 기억한다는 것
거기 위안처럼 달이 떠 있다 _ 김성용의 〈위로하는 빛〉
상흔을 지닌 밤의 도시 _ 김승연의 〈Street Landscape〉
다소 눈물겨운 일상 _ 김현정의 〈끈적한 밤, 목소리〉
밤의 상형문자 _ 정동석의 〈밤의 꿈〉
사물이 건네는 성찰의 시간 _ 이채영의 〈새벽 2시 35분〉
24시간, 잠들지 못하는 이유 _ 이승민의 〈새벽 4시 30분〉